2026-07-20 · 8분 소요
토익 700점대인 제가 엄마표 영어를 계속하는 이유
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기 전, 저를 가장 오래 붙잡았던 생각은 "나는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시킬 수 있을까"였습니다. 대학 졸업 후로 영어를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, 토익 점수도 700점대에서 멈춰 있었습니다.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, 저는 이 걱정이 얼마나 불필요했는지를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.
부모의 실력과 아이의 노출은 다른 문제
처음엔 "내가 잘해야 아이도 잘한다"고 생각했습니다.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완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, 꾸준한 노출 환경이었습니다. 오디오북, 원어민 음원,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면 부모의 실력과 무관하게 훌륭한 소리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. 제 역할은 그 자료들을 매일 아이 곁에 놓아주는 것이었을 뿐입니다.
오히려 도움이 됐던 저의 부족함
역설적으로, 제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순간도 있었습니다. 제가 단어를 몰라서 "이건 뭐지? 같이 찾아볼까?"라고 물었을 때, 희원이는 저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했습니다. 완벽한 선생님보다, 같이 배우는 동료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.
발음에 대한 걱정, 실제로는 어땠나
처음엔 제 발음 때문에 아이의 발음이 이상해질까 봐 걱정했습니다. 하지만 원어민 음원과 영상을 충분히 접한 희원이와 희주는, 제가 발음이 서툴러도 자기들끼리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따라 말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. 아이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소스에서 소리를 흡수한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.
그래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있다
영어 실력이 필요 없다고 해서 부모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. 대신 필요한 건 다음과 같은 역할입니다.
- 매일 노출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
-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흥미에 맞춰 콘텐츠를 조정하는 것
- 아이가 시도할 때 옆에서 반응해주고 함께 즐기는 것
이 세 가지는 영어 실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.
저처럼 자신 없는 분들께
만약 저처럼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엄마표 영어를 망설이고 있다면, 그 걱정은 실제 필요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. 완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, 오늘 하루 15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여유가 더 중요합니다.
지난 3년을 돌아보면, 제 발음이나 문법 실력이 아이들의 영어 노출에 걸림돌이 된 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. 오히려 제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았을 때, 루틴이 훨씬 오래 지속됐습니다.
제 영어 실력이 오히려 늘고 있어요
의외의 부수 효과도 있었습니다. 3년째 아이들과 함께 영어 그림책과 영상을 접하면서, 제 영어 실력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. 대학 이후로 손도 대지 않았던 영어를 매일 조금씩 다시 마주하다 보니, 예전엔 몰랐던 표현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더라고요.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 저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생각지 못한 보너스였습니다.
자신감이 없을 때 스스로에게 했던 말
시작 초반엔 "내가 이걸 할 자격이 있나"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.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"내가 완벽한 선생님이 되려는 게 아니라, 그냥 좋은 자료를 곁에 놓아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"고 되새겼습니다. 이 생각의 전환이 제가 3년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.
영어를 잘하는 엄마들을 보며 느낀 것
주변에는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. 처음엔 그런 분들과 저를 비교하며 위축됐지만,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다른 걸 발견했습니다. 영어를 잘하는 엄마들도 결국 아이가 흥미를 잃으면 똑같이 고민하고, 루틴이 무너지면 똑같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. 부모의 영어 실력이 아이의 흥미나 꾸준함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여러 사례를 지켜보며 확인했습니다.
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, 이 말을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. 완벽한 실력보다 오늘 하루의 15분이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.
언젠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
희원이와 희주가 나중에 자라서 "엄마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?"라고 물어본다면, 저는 "잘하지 못해도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었다"고 답해주고 싶습니다. 완벽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보다, 부족한 모습 그대로 곁에서 함께 노력한 시간이 아이에게 더 오래 남는 기억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.